믿어지지 않았던 딸, 카산드라의 이야기
― "엄마, 내 말 좀 들어줘요"
내가 처음 카산드라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이건 단지 오래된 신화가 아니었다.
어딘가… 내 안에 숨어 있던 이야기 같았다.
“엄마, 트로이가 무너질 거예요.”
카산드라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였다.
신 아폴론에게 사랑받았고,
그 대가로 예언의 능력을 받았다.
하지만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하자,
그는 잔인한 저주를 내린다.
"너의 예언은 모두 옳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너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날부터, 카산드라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트로이가 멸망할 거라고 외쳤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미쳤다고 했다.
목마를 성 안에 들이면 안 된다고 소리쳤지만,
모두 웃으며 그녀를 조롱했다.
그리고…
가장 가깝고, 가장 믿고 싶었던 사람.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딸의 목소리는 왜 항상 가장 늦게 들릴까
우리는 종종
엄마가 우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때로는,
그 엄마조차 우리를 오해하고, 외면한다.
“너 왜 그렇게 예민하니.”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건 네 착각이야.”
딸의 말은 너무 가볍게 흘러가고,
딸의 감정은 ‘반항’이나 ‘감정 과잉’으로 해석된다.
카산드라가 느꼈던 절망은,
아마 이런 거였을 것이다.
“엄마, 난 미친 게 아니라 정말 무서운 걸 본 거예요.
그걸… 왜 아무도 들어주지 않나요.”
엄마가 나를 외면했던 이유
엄마도 사실 두려웠을지 모른다.
딸의 말이 맞을까 봐,
정말로 무너질까 봐.
혹은…
그 모든 걸 받아줄 자신이 없었을지도.
엄마는 늘 강해야 했고,
카산드라 같은 딸은 그 강함에
너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외면했던 걸까.
그래서 침묵했던 걸까.
지금 내 안에도
믿어지지 않는 딸이 있다.
어릴 적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삼킨 말들.
“엄마, 나 외로워.”
“엄마, 나 지금 무서워.”
“엄마, 나 좀 봐줘.”
그 말들은
지금도 내 마음 구석에서
조용히 울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내 딸의 말을 좀 더 들어보려 한다.
카산드라 같은 목소리,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들어주고 싶다.
엄마가 못 해줬던 걸
나는 내 아이에게 해보고 싶다.
그 아이가 말할 때,
절대로 **“또 시작이야”**라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말해도 믿어주지 않던 세상에서
침묵을 배운 모든 딸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은 다만,
너무 일찍, 너무 정확하게
세상의 균열을 본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괜찮다.
당신의 이야기는
이제라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
📌 마지막 한 줄
"딸은 미치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그녀의 진심을 들어주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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