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는 눈물 나는 비극도 많지만, 간혹 웃음이 절로 나는 해프닝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염소 다리 음악의 신 '판(Pan)'과 완벽주의 미남 태양신 '아폴론(Apollo)'의 자존심을 건 음악 대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당나귀 귀의 미다스 왕'이 빠질 수 없죠.
염소 다리의 자존심, 판의 도전
판은 들판과 목축, 목가적인 음악을 관장하는 신으로,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연과 자유를 사랑하던 그는 '팬 플루트(Pan Flute)'라는 피리 같은 악기를 직접 만들어 연주하기도 했죠. 소박하고 순수한 자연의 멜로디를 담은 그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판은 대담한 생각을 합니다. "그래, 이제 나도 한 번 세상에 내 음악을 증명해 볼 때가 되었지!"
상대는? 바로 음악의 신, 태양의 신, 완벽주의자의 상징, 아폴론이었습니다. 아폴론은 리라(Lyra)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며 절대적인 음악성과 품격을 자랑하던 신. 그의 음악은 신들조차 감탄할 만큼 정제되고 고상했죠.
판의 도전은 일대 파문이었습니다. 신들이 모여 연주 대결을 관람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미다스 왕이 심판으로 임명됩니다. 아폴론조차도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재미있겠군" 하고 연주를 준비합니다.
판 vs 아폴론: 너무 다른 두 개의 음악
판의 연주는 자연 그대로의 멜로디였습니다. 목동들이나 숲의 요정들이 좋아할 법한, 순박하고 따뜻한 소리. 뭔가 거칠고 원초적인데… 이상하게 귀에 감깁니다.
반면 아폴론의 연주는 완벽했습니다. 정제된 음색, 아름다운 하모니, 숨 막힐 정도의 완성도. 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신전 속에 들어온 듯한 경건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연주가 끝났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대부분은 아폴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심판 미다스 왕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나는 판의 연주가 더 좋던데요!"
아폴론의 분노와 '당나귀 귀'의 저주
아폴론은 순간 굳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왕의 귀가 문제인 것이겠지."
그 순간, 미다스의 양쪽 귀는 점점 길어지더니, 커다란 당나귀 귀로 변해버렸습니다! 🫏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웅성이는 가운데,
미다스 왕은 얼굴이 벌개져 당황한 표정으로 귀를 가렸습니다. 그 후로 그는 늘 모자를 쓰고 다니며 자신의 귀를 숨겼다고 하죠.
진짜 웃긴 건 그 다음!
왕은 귀를 숨기느라 애썼지만, 어느 날 몰래 왕의 머리를 다듬어 주던 이발사가 그 비밀을 알게 됩니다.
입이 간질간질했던 이발사는 도저히 참지 못해 결국 숲에 가서 땅을 파고 이렇게 속삭입니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자리에 자란 갈대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소곤거립니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왕의 귀는 당나귀 귀…"
결국 그 비밀은 세상에 퍼졌고, 미다스 왕은 더 이상 귀를 숨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를
한국의 전래동화로 알고 계시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래 설화와는 우연히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죠.
🔹 우리나라의 ‘경문왕 설화’와의 유사성
- 신라 제48대 경문왕이 당나귀 귀를 가졌다는 설화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습니다.
- 똑같이 이발사가 비밀을 못 참고 대나무 숲에 가서 외침,
이후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가 난다는 내용이에요.
🔍 결론
✅ 그리스 신화와 한국 설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흔적은 없지만
✅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비밀을 못 참는, 권력자 비밀 등)를 바탕으로
✅ **비슷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전형적 이야기 구조’**랍니다.
즉,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 왕 이야기가 더 오래되었고,
한국의 경문왕 설화는 비슷한 구조를 가진 민족 고유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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